
이 도시에 살면서 “정말 여기가 살기 좋은 도시일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매일 아침 아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저녁이면 공원을 걷는 평범한 하루. 그 평범함 안에 사실 특별한 것이 숨어 있었습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26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시드니가 4위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이 소식을 계기로, 제가 이곳에서 직접 느낀 삶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세계가 인정한 시드니의 삶
2026년 7월 발표 기준으로, 이 도시는 100점 만점에 97점을 받았습니다.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는 만점을 받았습니다. 병원 접근성과 학교 시스템이 그만큼 촘촘하다는 뜻입니다. 안정성 95점, 인프라 96점, 문화·환경 94점으로도 고르게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호주의 저력입니다. 멜버른이 3위, 시드니가 4위, 애들레이드가 8위에 오르며 호주 도시 세 곳이 세계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 나라에서 세 도시가 동시에 상위권에 든 것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없었던 일입니다.
숫자만 보면 실감이 잘 안 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점수는 결국 병원에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는지, 아이가 다닐 학교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밤길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다 합친 결과입니다. 생활인의 입장에서는 매일 체감하는 부분들이라, 순위를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순위는 해마다 조사 기준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최신 순위는 EIU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
저는 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이 순위표의 숫자보다, 삶의 속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다가 가깝고, 공원이 가깝고,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여유가 있습니다.
퇴근길에 잠깐 해변에 들러 노을을 보는 일. 이것이 여기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냥 화요일 저녁입니다.
날씨도 큰 몫을 합니다. 일 년 내내 맑은 날이 많고, 겨울에도 낮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말 계획을 세울 때 날씨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사소한 편안함들이 쌓여서 하루하루를 더 여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가정 중심적인 삶
이곳의 생활은 철저히 가정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대부분의 상점과 사무실이 이른 오후부터 문을 닫기 시작합니다. 그 시간에 부모들은 아이를 데리러 가고, 가족은 함께 저녁 식탁에 앉습니다.
야근이 당연하지 않은 문화. 주말이면 온 가족이 공원이나 해변으로 나서는 풍경. 이런 일상이 쌓여서 ‘살기 좋은 도시’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학교와 어린이집도 오후 3시 전후로 하원이 끝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의 방과 후 시간을 함께 챙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저녁 약속보다 저녁 식탁이 우선인 분위기, 이것이 이 도시 생활의 기본값입니다.
아이들의 안전과 평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아이의 안전일 것입니다.
동네 골목은 대체로 조용하고,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등하원길에 마주치는 이웃들의 인사도 낯설지 않습니다.
저는 호주에서 오랜 기간 유아교육 현장에서 일하며, 아이들이 별다른 긴장 없이 마당에서 맨발로 뛰어노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았습니다. 그 평온함이 아이의 표정에도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왔을 때는 부모 손을 놓지 않으려 했는데, 몇 주가 지나자 마당에서 가장 먼저 뛰어나가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빨리 마음을 여는 것은, 그만큼 주변 환경이 안전하다고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은 통계로 증명되는 것이지만, 부모의 마음으로는 아이의 웃는 얼굴로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정착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만약 이제 막 이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동네를 고르실 때는 집값이나 학군만큼, 가까운 공원과 도서관을 함께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이와 걸어서 갈 수 있는 녹지가 있는지가, 실제 생활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지역 커뮤니티 센터나 도서관에서 여는 부모-아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낯선 곳에서 또래 가정을 만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합니다.
시드니 바쁜 삶 속에서도, 나를 붙잡아주는 자연
물론 이 도시도 바쁩니다. 출근길 도로는 막히고, 해야 할 일은 늘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차 문을 열고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있고 숲이 있습니다.
파도 소리를 듣는 5분.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아이가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10분. 이 짧은 순간들이 하루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결국 시드니가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힌 이유는, 바쁨과 여유가 억지로 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실제 삶의 질을 만든다고 저는 믿습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계신 분이라면, 오늘 저녁에는 잠깐이라도 하늘 한 번 올려다보시길 바랍니다. 이 도시의 자연이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출처
- Time Out Sydney, “2026 EIU Global Liveability Index 시드니 순위 소식”
- Time Out Australia, “Three Australian capitals have been named in the world’s 10 most liveable cities for 2026”
함께 읽으면 좋은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