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생활한 지 오래되면 대부분의 일이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가 어렵고, 낯선 문화가 어색하고, 한국과 다른 생활 방식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호주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과 모든 것이 편해지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17년 동안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영어도 배우고, 일을 시작하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처음 혼자 호주에 왔을 때와 지금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호주 생활에 익숙해진 부분도 많지만, 지금도 가끔은 한국과 다른 점 때문에 불편하거나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호주에서 오래 살아도 쉽게 적응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영어를 오래 사용해도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영어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와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생각보다 차이가 컸습니다.
상대방의 말이 너무 빠르게 느껴지기도 했고, 교과서에서 배운 표현과는 다른 말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가 조금씩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전화 통화나 처음 접하는 행정 업무처럼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긴장할 때가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같은 영어를 사용하더라도 사람마다 말하는 방식이 다르고, 지역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억양과 표현도 달라집니다.
일상적인 대화는 익숙해져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과 다른 일 처리 방식
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필요한 일을 비교적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생각보다 기다려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예약을 하고 기다리거나, 문의를 남기고 답변을. 기다리거나, 신청한 업무가 처리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기관이나 업체가 느린 것은 아닙니다. 업무 종류와 상황에 따라 처리 기간은 다릅니다.
다만 한국에서 익숙했던 속도를 기대하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일은 미리 준비하고 여유 있게 진행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집 계약, 자녀의 어린이집 등록, 각종 행정 신청처럼 생활에 직접 연결되는 일은 가능하면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병원에 가는 방식도 다릅니다.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한국과 차이가 크다고 느낀 부분 중 하나는 의료 시스템입니다.
한국에서는 몸이 불편하면 원하는 병원이나 진료과를 찾아가는 일이 비교적 익숙합니다.
반면 호주에서는 일반적인 건강 문제로 진료를 받을 때 GP를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GP와 상담한 뒤 필요한 경우 검사나 전문의 진료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이런 절차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는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급해집니다.
한국에서 익숙했던 병원 이용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 먼저 연락해야 하는지, 예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호주에서는 응급 상황인지 일반 진료가 필요한 상황인지에 따라서도 이용해야 하는 의료 서비스가 달라집니다.
가족과 함께 이주한다면 정착 초기에 가까운 GP를 알아보고, Medicare 이용 조건과 진료 예약 방법도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의 도움 없이 생활해야 한다는 점
호주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크게 느끼는 차이 중 하나는 가족의 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가까이 살고. 있다면 갑자기 도움이 필요할 때 부탁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를 잠깐 맡기거나, 급한 일이 생겼을 때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런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모두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 부모의 근무 시간, 아이가 아플 때 돌봄 문제까지 직접 조율해야 합니다.
호주에도 가족과 친구,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관계가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주한다면 주거지뿐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학교, 직장과의 거리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방식과 교육 문화
아이를 키우면서 한국과 호주의 차이를 더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다르고, 부모와 교사가 소통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아이가 놀이와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익숙했던 교육 방식과 달라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도 단순히 집에서 가까운 곳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운영 시간, 보육 방식, 비용, 아이가 생활할 환경 등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저 역시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여러 센터를 알아보고 직접 방문해 보았습니다.
원하는 요일에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어 기다려야 했고, Long Day Care와 Family Day Care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각각의 환경에는 장점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에게 맞는 보육 환경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고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면 집을 구하는 것만큼 자녀의 보육과 학교 문제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음식과 익숙한 생활이 그리울 때
호주에는 한국 식품점과 아시아 마트가 있어 한국 음식을 구하는 일이 예전보다 편해졌습니다.
시드니에는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고, 한국 식당도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처럼 언제든 익숙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특별한 음식보다 집 앞에서 쉽게 사 먹던 음식이나 평소 자주 먹던 간식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다 보면 식재료를 구입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도 중요한 생활의 일부가 됩니다.
호주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식품을 활용하면서 한국 식재료는 한국 마트에서 구입하는 식으로 장보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한국과 똑같은 생활을 유지하려고 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호주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해 우리 가족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만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호주에서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워킹홀리데이 시절에는 English Class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영어를 배우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직장과 가정을 중심으로 생활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다른 부모를 만나기도 하고, 직장에서 동료들과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가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오랜 친구나 가족과 편하게 연락하고 만나는 일이 익숙하지만, 호주에서는 각자의 생활과 일정이 달라 자주 만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호주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한국과 호주를 비교하게 되는 순간
호주에서 오래 살다 보면 한국의 편리함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상점, 빠른 배달 서비스, 익숙한 대중교통과 병원 이용 방식 등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반대로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좋아하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쉬는 생활,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는 환경은 호주 생활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가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에는 한국의 편리함이 있고, 호주에는 호주만의 생활 방식이 있습니다.
다만 두 나라에서 모두 생활해 보면 한쪽의 장점이 다른 쪽에서는 불편함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가 더 좋은지를 비교하는 것보다 우리 가족에게 어떤 생활이 잘 맞는지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할 때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작은. 문제부터 중요한 일까지 직접 알아보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집을 구하는 것부터 은행 계좌 개설, TFN 신청, 휴대전화 개통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다시 정보를 찾아보고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 한 사람의 문제가 가족 전체의 일정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차량에 문제가 생기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집에서 수리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먼저 물어봤을 일도 호주에서는 직접 기관에 문의하거나 공식 정보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과정이 때로는 번거롭지만, 하나씩 해결하면서 호주 생활에 필요한 경험도 쌓이게 됩니다.
17년이 지나도 여전히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는 1년만 살아보고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호주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호주 생활이 항상 편하고 즐거웠던 것은 아닙니다. 영어 때문에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고, 한국과 다른 문화와 생활 방식에 적응해야 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아쉬움도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호주는 잠시 머물다 돌아갈 곳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일상을 만들어 가는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한국이 그리울 때도 있고, 호주에서 살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습니다. 두 나라의 생활을 모두 경험했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도 많아졌습니다.
호주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도 처음부터 모든 것이 익숙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하나씩 배우고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만의 생활이 만들어지고, 가족에게 맞는 정착 방법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7년 전에는 1년 뒤의 제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호주에서 살아가며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을 차근차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