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호주, 퍼스 그 평화로움에 이끌려, 저의 호주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바람 냄새와 파도 소리가 떠오릅니다. 복잡한 계획 없이 그저 그 순간에 머물러 있었던 시간이, 이후의 제 삶을 조용히 바꿔놓았습니다.
저의 호주 정착기는 서호주의 퍼스에서 시작됐습니다.
번화한 도시보다는 조용한 자연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넓은 하늘과 잔잔한 바다,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아 보이는 거리. 그 평화로움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사진: Unsplash의 Nathan Hurst
호주 사람들은 자연을 억지로 다듬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도심 한복판에도 커다란 나무가 그대로 서 있고, 공원엔 야생 앵무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사람이 자연에 맞춰 살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평화로움에 이끌려, 저의 호주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퍼스에서 시드니로
시간이 흐르며 저는 퍼스를 지나 시드니로 오게 되었습니다.
같은 호주 안에서도 퍼스와 시드니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퍼스가 조용하고 소박한 자연이었다면, 시드니는 도시와 자연이 더 밀도 있게 섞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버 브리지가 보이는 도심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바로 바다가 펼쳐지고, 출근길에 코카투 무리를 마주치는 일도 흔합니다.

시드니에서 저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자로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다른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의 삶은, 처음 퍼스에 발을 디뎠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입니다.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언어와 시스템을 배우며 시작한 시간들이, 이제는 저의 일상이자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습니다. 은행 계좌를 여는 일부터, 병원 예약을 잡는 일까지 하나하나가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서툰 시간들을 지나오며, 저는 조금씩 이 나라의 속도에 맞춰 걸어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호주에서 오래 지내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이 나라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주말이면 많은 가정이 특별한 계획 없이도 바닷가나 공원으로 나갑니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자연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존재입니다.

유아교육 현장에서도 이 점을 자주 느낍니다. 제 경력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About YE-DAM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은 교실 안 교구만큼이나 중요한 배움의 공간입니다. 흙을 만지고, 나뭇잎을 관찰하고, 비 오는 날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는 경험이 아이들의 성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저 역시 처음엔 이런 방식이 낯설었습니다. 정해진 활동지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것들을 기다려주는 태도가, 시간이 지나며 제 교육 철학에도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낯선 계절, 낯선 리듬
호주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낯설었던 건 계절이었습니다. 12월에 크리스마스를 맞으면서도 밖은 한 여름이었고, 7월에 겨울 코트를 꺼내 입는 일이 오랫동안 어색했습니다.
계절만이 아니었습니다. 상점이 문을 닫는 시간,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는 방식, 심지어 아이를 대하는 태도까지도 제가 알던 것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처음 몇 년은 이 낯선 리듬에 맞추느라 조급해지기도 했습니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오히려 이 나라가 주는 여유로움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호주라는 나라 자체가 서두름보다는 기다림에 익숙한 곳이었습니다. 계절이 바뀌길 기다리고,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아이가 스스로 신발끈을 묶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문화 속에서, 저 역시 제 속도대로 뿌리내려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기다림의 시간들이야말로 저를 이 나라에 진짜로 정착하게 만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제게 맞는 속도로 걸어온 그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호주 정착기를 다시 돌아보며
퍼스에서의 평화로움이 저를 호주로 이끌었다면, 시드니에서의 시간은 저를 지금의 제 모습으로 성장시켰습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이 나라의 방식이, 저에게도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뿌리내릴 수 있는 여유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공간을 통해, 호주에서의 삶과 그 안에서 만난 자연,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나누어 보려 합니다. 처음 퍼스의 해변에 섰을 때는, 이 낯선 땅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언어도, 계절도, 사람들의 방식도 모두 다시 배워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서툰 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나라가 가르쳐준 것처럼, 각자의 속도로 천천히 뿌리내리시면 됩니다. 그 여정을 이 블로그를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도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나라에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저만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